'선덕여왕' 뒷얘기
욕심 많은 김남길 '부상 투혼'
이 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. 2009년을 풍미한 MBC 사극 <선덕여왕>를 연출한 박홍균 PD. 그는 작가 출연진과 함께 <선덕여왕>을 이끈 한 축이었다. <선덕여왕> 촬영 중에는 그와 만날 수도, 통화할 수도 없었다. 오롯이 <선덕여왕>에 빠져 2년의 시간을 보냈다. 연말 시상식까지 끝내고 한결 홀가분해진 박홍균 PD와 만났다.
▲<선덕여왕>을 끝낸 소감이 어떤가.
=2년을 달려왔다. 2008년 2월 <뉴하트>를 끝내고 한 달 만에 작업에 착수했다. 당초 이주환 PD가 연출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국장으로 발령나면서 나에게 기회가 왔다.
▲시청률 40%가 넘었다. 대작 사극을 연출한 기분이 어떤가.
=사극을 처음 연출해 본다. 모르니까 했다. 알았으면 못했을 것이다. 예산 압박도 컸고 배우를 비롯해 모두가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했다. 편당 제작비가 2억4,000만원이었는데 보통 3,4억 가량 들었다. 촬영 내내 고민이었다.
▲마지막회 방송날까지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.
=당일 아침 촬영이 끝났다. 그날도 전쟁이었다. 방송을 코 앞에 두고 3번이나 수정했다. 방송 사고 직전까지 갔다.
▲휴식이 필요해서였을까? 마지막회 방송일에 진행된 종방연에 주연 배우들이 대거 불참했다.
=제작진이 잘 챙기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. 배우들에게 미안한다. 그럼에도 자리를 지켜준 이요원이 고맙다.
▲<선덕여왕>의 성공 요인을 하나 꼽아달라.
=캐릭터 개발이 잘 됐다. 캐릭터 연구에 힘을 많이 쏟았다. 모든 캐릭터에 애착이 간다. 캐릭터를 잘 살려준 배우들의 연기력이 큰 힘이 됐다.
▲특히 고마운 배우가 있나.
='미실파(고현정 정웅인 전노민 안길강 등)'에 고맙다. 초반부터 등장해 갈등 세력의 모습을 잘 만들어줬다. 그 그룹이 밉지 않기 연기해줘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.
▲미실이 큰 화제를 모았다. 고현정은 현장에서 어떤 배우였나.
=완벽주의자였다. 대사량이 엄청나도 거의 NG가 없었다. 미실이라는 캐릭터를 즐기는 방식을 터득한 것 같더라. 눈썹 연기도 대단했다. 정말 장점이 많은 배우다.
▲현장에서 고현정과 제작진의 트러블도 있었다고 들었다.
= 연기 외적으로 트러블이 없지 않았다. 고현정도 사극 출연이 처음이라 돌발 상황이 많았다. 분장과 미용 등 우리가 컨트롤 할 수
= 엄태웅은 성격이 워낙 좋다. 동료 배우들과 관계가 좋아 전체 분위기를 이끄는데 큰 힘이 됐다. 연기력 논란도 잘 극복하고 제 몫을 다해줘 고맙다. 김남길은 욕심쟁이다. 말에서 떨어져 치료를 받을 때도 원래 대본대로 모든 연기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.
▲신종플루 때문에 타격받기도 했지 않나.
=김남길과 이승효가 신종플루에 걸렸다. (웃으며)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더라. 이요원은 아이 때문에 걱정이 컸다. 자신은 신종플루에 걸려도 괜찮은데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염시킬까 우려했다. 잘 넘어가 다행이다.
▲<뉴하트>의 김준호에 이어 <선덕여왕>에서는 류담을 캐스팅했다. 개그맨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.
=개그맨들은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예의가 바르다. 작품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 개그맨들을 좋아한다. 류담은 고도라는 캐릭터와 외적으로 잘 맞았다. 차기작 섭외 1순위 개그맨이 누구냐고? 요즘은 TV를 잘 못봤다.(웃음)
▲신세경 유이 박재정 등 아역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도 화제를 모았다.
=유이는 고현정과 이미지가 비슷해 발탁했다. 박재정은 출연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흔쾌히 응해줬다. 신세경과 남지현은 어리지만 프로 정신이 대단하더라. 10년 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돼 있을 것 같다.
▲당초 고현정이 선덕여왕 역을 맡는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았나.
=제작 초기에 오간 얘기다. 선덕여왕의 성장기를 그리는 부분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많았다. 그래서 이요원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. 지금 캐스팅이 최적이다.
▲고현정과 이요원을 비교해 달라.
=두 사람의 연기 방식이 달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.
▲캐스팅에 대한 후회는 없나.
=99% 연출자가 연기 잘하는 배우와 일하고 싶어 한다. 일할 때는 언성을 높여도 끝난 후 웃으며 고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좋은 배우다.(웃음)
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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